전세집을 구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높은 전세 값도 문제였지만 대출금리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에서 보증하는 저금리로 돈을 빌려도 1000만원 마다 이자 폭은 커졌고 수십만원씩 차이가 났다. 여기에 원금까지 포함하면 월급의 20~30%까지 상환할 처지였다.
‘금리’ 선택도 기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현재는 ‘고정금리’가 유리하지만 앞으로 기준금리가 떨어질 확률을 고려한다면 이자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는 ‘변동금리’가 더 매력적이었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 요인이 있어 선택이 쉽지 않았다.
정부가 8월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70%,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로 규제완화 하겠다고 나섰지만 서민들의 체감온도가 낮다. 정부는 이번에 내놓은 정책은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해 주택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정책이다.
기자가 직접 몸소 체험해본 결과는 정부 정책과는 전혀 상반됐다. 돈을 빌리는 조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금리’였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최근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매달 이자만 상환하는 시스템에서 원금과 함께 상환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대출과 멀어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1억원에 대출이자 3%로 가정하면 1년 납입액은 300만원선이다. 매달 10~20만원 이자에 원금 까지 포함하면 최소 40~60만원 선을 납입해야 한다.
최소 8년에서 최대 10년 까지 납입해야 할 금액이다. 서민들이 과연 납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던 셈이다. 기자도 미친 전세 값 보다는 금리 때문에라도 대출을 포기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대한민국은 임금 없는 성장이 몇 년째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2012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1개국 GNI 대비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비중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55.4%로 평균치(62.8%)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민간소비 증가율도 전년 대비 1.9% 수준으로 성장률(2.8%)에 절반 수준이다.
이미 임금의 대부분을 은행 이자로 막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정책은 단지 대출 비율도 늘린 것 외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여기에서 나왔다. 은행 대출을 통해 소비를 진작하는 방법이 어쩔 수 없는 ‘카드’라 치더라도 내가 빌리고 갚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해조차 없었던 셈이다.
서민들은 거시경제를 최대한 활용하고 은행 대출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여전히 남의 나라의 얘기처럼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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