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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상속자들’ 키스신 찍으면서 박신혜와 사귀냐고”

[인터뷰] 이민호 “‘상속자들’ 키스신 찍으면서 박신혜와 사귀냐고”

등록 2014.01.06 09:35

김재범

  기자

사진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민호를 보고 ‘왕자님’을 떠올리지 못할 여자가 있을까. ‘꽃남’의 구준표와 ‘상속자들’의 김탄은 그냥 이민호를 위해 존재했어야만 하는 맞춤형 캐릭터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바꿔 말하면 이민호는 또래 배우들 가운데 여성의 ‘러브 판타지’를 직접적으로 건드릴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무이 배우다. “나 너 좋아하냐?”란 문법 파괴 오글거림의 김탄 대사가 지난해 하반기 최대 유행어가 됐음은 이민호의 존재감과 이미지가 이제 판타지성 ‘러브 스토리’에 최적화된 것이기에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꽃남’과 ‘상속자들’ 단 두 편만이 이민호표 ‘왕자님’ 드라마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민호=왕자님’ 등식은 불변의 공식화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건 이민호에게 호재이면서도 ‘배우’란 직업적 시각에선 악재다. 그만큼 ‘상속자들’은 이민호에게 명암의 선택권을 확실하게 쥐어 준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상속자들’ 종영 뒤 서울 소공동 한 호텔에서 이민호를 만났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종영 전 이민호에게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종영과 함께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가 진행됐고, 이날 이민호와의 만남은 ‘상속자들’에 대한 언론 인터뷰의 마지막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민호는 활짝 웃으며 “마지막입니다. 힘내겠습니다”라며 특유의 밝은 기운을 전했다. ‘꽃남’의 안하무인 구준표도 ‘상속자들’의 로맨티스트 김탄도 아니었다. 그냥 이민호 그 모습이었다.

“계산을 하고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작품이 끝나면 후유증이라던가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상속자들’이 ‘꽃남’과 많이 비교를 당하는 데, ‘꽃남’ 때는 내 스타일과 안 맞게 계산된 연기를 했어요. 하지만 ‘상속자들’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냥 김탄을 느끼는 데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모든 걸 내려놨다고 해야 할까. 대본 안에서만 내 감정을 돌려봤죠.”

사진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 감정 표현은 오롯이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하지만 이제 겨우 단 두 작품이었다. 이민호가 교복을 입고 나온 게. 그를 평생 따라 다닐 ‘꽃남’ 그리고 ‘상속자들’. 그 아우라가 너무 짙었을까. ‘상속자들’ 출연 결정 뒤 “또 교복이야?” “또 재벌이야?”란 비아냥도 솔직히 있었단다. 이민호와 재벌 그리고 교복은 어쩌면 때어내야 땔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이미지가 굳어진다?’ 글쎄요. 이제 겨우 ‘꽃남’ ‘상속자들’ 두 편이에요. 그리고 두 작품이 같다고 비슷하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같아 보이나요? 교복과 재벌이란 요소만 빼면 전혀 다른 드라마에요. 그리고 ‘꽃남’ 전에는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역할만 도맡아서 했는데.(웃음) 드라마 속이라도 좀 부잣집 도련님으로 살아보니 기분은 좋던데요. 그리고 아마도 재벌은 또 있을지 모르지만 교복은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이제 27세입니다.(웃음)”

그의 말대로라면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대체 왜 20대 중반이 넘은 배우에게 연이어 고교생의 사랑 얘기를 제의했을까. ‘상속자들’ 속 제국고등학교 학생들 가운데 이민호가 가장 큰 형이었단다. 실제로는.

“글쎄요. 확실한 것은 내가 했던 드라마 가운데 사랑에 대한 고민은 ‘상속자들’이 가장 깊은 작품이었어요. 18세란 나이를 생각해보면 이성보단 감성이 먼저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 감성에 충실한 연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 아마도 ‘꽃남’의 이미지가 남아 있었기에 제작진 쪽에서 저한테 제의를 해주신 것 아닐까요? 물론 자신도 있었구요(웃음)”

작품 속 김탄의 고민만큼 이민호도 한 해 한 해가 지나갈수록 사랑에 대한 깊이에 고민을 하고 있단다. 단순하게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상대방에게 직진하는 저돌성을 표현하기엔 무언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것. ‘상속자들’을 하면서 더욱 그런 감성을 느끼게 됐다고.

사진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개인적으로 사랑에 대한 스타일에선 김탄과는 좀 반대다. 주변에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본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나름의 확신이 서면 김탄으로 변한다(웃음). ‘상속자들’이 내가 했던 작품 중 사랑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가장 깊다는 말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가장 확실하게 내린 작품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지만 만약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긴다면 꼭 김탄 같은 사랑을 해보고 싶다. 물론 ‘상속자들’을 하기 전에는 김원(최진혁)의 선택을 했겠지만, 이젠 무조건 김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런 이민호의 살아있는 연기는 사실 함께 호흡한 상대방의 숨결에 반 이상은 기댄 효과라고 해도 무방하다. 김탄과 최영도(김우빈) 두 매력남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행운녀’ 차은상(박신혜)과의 화학 반응이 ‘상속자들’의 진짜 흥행 원동력이었다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그 반응이 얼마나 격렬했으면 스태프들조차 이민호와 박신혜의 관계를 의심할 정도였겠나.

“이번 작품은 정말 아까도 말했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김탄에게 날 던졌던 경험이다. 이민호가 아니라 난 김탄이었다. 신혜와 키스신을 찍고 나선 스태프들이 수군거리는 게 들릴 정도였다. 한 스태프는 ‘너희 진짜 사귀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 말을 듣는 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드니깐.”

그의 이런 자신감과 인기는 오롯이 김은숙 작가의 필력에 담긴 마법 때문이란다. 이민호는 ‘왜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 인기가 있나’란 질문에 “해보니깐 알겠더라. 이건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냥 해보니깐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더라”며 간단하지만 힘 있는 설명으로 ‘상속자들’의 또 다른 원동력도 소개했다. 이제 2014년 이민호의 연기는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유하 감독의 신작 ‘강남블루스’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 이은 유하 감독의 폭력 3부작의 완결판이다. 1970년대 서울 영동개발지구를 배경으로 한 액션 느와르다. 유 감독 영화 스타일 상 격렬한 액션과 비극적인 운명을 맡은 캐릭터를 연기할 예정이다. 달달한 로맨스에서 상남자로의 격한 변신을 꿈꾸는 이민호다.

사진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제 28세에요. 남자 나이 27세까지는 소년과 남자의 이미지를 모두 가진 시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28세는 다르다고 봅니다. 이제 한 작품을 홀로 책임질 수 있는 그런 시기라고 전 봐요. 솔직히 그 전까지 남성성에 대한 갈증이 많이 심했어요. ‘시티헌터’를 찍을 때도 그 부분이 채워지지 않았었죠. 그런데 유하 감독님이 작품이 제게 왔고, ‘이거다’란 생각이 절로 들었죠. 이건 생각할 이유 자체가 없었어요.”

2013년을 고스란히 ‘상속자들’과 함께 보낸 이민호는 올해 3월까지는 잠시 휴식기를 가진 후 ‘강남블루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휴식기간 동안 지인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해외 일정도 소화하는 등 여러 스케줄이 많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그냥 집에만 있는 편이에요. 제가 보기와는 달리 술을 한 잔도 못해서 남자들에겐 참 재미없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작품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나? 하하하.”

사진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민호의 다른 이름 김탄이 떠나갔다. 섭섭하고 아쉽고 허전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민호는 홀가분한 것 같았다. 김탄이 그에게 왔고, 이민호는 김탄에게서 무언가 큰 것을 배웠다. 배움의 기쁨이 크기에 헤어짐의 아쉬움도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는가 보다. 김탄과 헤어진 이민호는 그렇게 또 다른 누군가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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