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경기, 지난해 4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

지난 10월에서 11월 사이 국내 경기가 올해 3분기보다 소폭 상승해 지난해 4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 호남, 제주 지역에서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강원권의 회복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고 동남권과 대경권에서는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은 27일 “‘한은 지역경제보고서’ 일명 BOK 골든북(Bank of Korea Golden Book) 가을호를 발간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의 16개 지역본부가 지난 10월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10월부터 11월까지 국내 경기는 전분기 대비 다소 호전돼 지난해 4분기 이후의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측면에서 보면 제조업생산이 정보통신(IT), 자동차 및 조선업 등을 중심으로 개선된 가운데 서비스업생산도 소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IT산업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신제품 출시 등으로 휴대폰 생산이 늘어난 데다 모바일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도 증가함에 따라 호조를 지속했다”며 “그러나 디스플레이패널 생산은 TV수요 부진 등으로 대형 패널을 중심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산업은 수도권, 동남권, 충청권 및 호남권에서 임금협상과 관련된 파업이 마무리되고 휴일특근 재개로 조업이 정상화된 데다 신차 출시, 수출 호조 등이 가세해 생산이 크게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특히 경기민감업종인 조선업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한은은 조선업의 경우 동남권에서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그동안 부진했던 호남권에서도 벌크(bulk)선 및 컨테이너선 등의 수주가 증가하는 등 업황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산업은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수요 감소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이다.

신 국장은 “중국,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둔화는 석유화학(동남권, 호남권), 석유정제(수도권, 동남권), 섬유(대경권) 등의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출제조업체들이 향후 신흥시장국의 성장모멘텀 약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철강산업은 충청권 및 호남권에서 일부 업체의 대규모 신규설비 가동, 화재로 인한 피해 생산시설의 복구 등으로 생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경권의 경우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수입 확대 등의 영향으로 부진했다.

수요측면에서 보더라도 수출이 개선 추세에 있고 소비와 설비투자도 소폭 증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건설투자는 감소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호남권, 대경권, 강원권에서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채산성도 악화될 조짐이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아울러 한은은 최근 일부 대기업이 부실화됐으나 금융기관들의 대출태도는 여전히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신 국장은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에서는 대기업 및 건설업 등에 대해 금융기관들의 대출태도가 신중해졌다”며 “정부의 ‘8.28 전월세 대책’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전세 수요가 일부 주택매매 수요로 전환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 반전했으나 전세가격의 오름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 둔화 등 여행수지 악화 염려가 제기됐다.

엔화 약세로 일본 관광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지난 10월초 중국의 ‘국가관광법’ 시행 이후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및 제주권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도 크게 줄어들면서 지역 관광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것.

중국 정부는 자국민 해외관광객의 권익보호와 관광시장 질서 정립 등을 위해 저가덤핑상품 기획 및 쇼핑·옵션강요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가관광법’(國家旅遊法)을 지난 4월 제정해 올해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은은 이에 대해 “중국내 해외 단체관광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크게 둔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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