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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양 포스코 회장, 조용히 떠나는 것이 순리다

[기자수첩]정준양 포스코 회장, 조용히 떠나는 것이 순리다

등록 2013.11.27 07:00

정백현

  기자

정준양 포스코 회장, 조용히 떠나는 것이 순리다 기사의 사진

사퇴 의사를 밝힌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25일 포스코 이사회 구성원인 사외이사들을 만나 사퇴 배경을 설명하고 후임 CEO 선임에 신경을 써 달라는 주문을 했다.

정든 회사를 떠나는 마당에 이사들에게 사퇴의 변을 밝히고 고별인사를 미리 전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사실상 불명예 퇴진하는 CEO가 후임 CEO의 선임 과정에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떠나는 사람이 남은 사람들에게 그 정도 말도 못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정 회장은 불명예 퇴진에 가깝기 때문에 ‘공정한 CEO 선임’을 논하기는 애매하다.

정 회장의 현 상황은 비슷한 환경에 처했던 이석채 전 KT 회장의 모습과 정반대다. 이 전 회장은 “조직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군말없이 이사회에 조용히 사표를 전달하고 회사를 떠났다.

정 회장도 이영선 이사회 의장에게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떠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을 일일이 불러서 배경을 설명하고 후임 CEO 선출 과정을 언급하며 “잘 뽑아달라”고 말하는 행위 자체는 사외이사들과 다른 조직 구성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사퇴의 변은 12월 이사회에서 밝혔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내년 2월 말까지 후임 CEO 후보를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많다. 그러나 왜 갑자기 지금 시점에 사외이사들을 불러서 사퇴 배경을 설명했는지 그 이유가 의심스럽다.

특히 사퇴 의사를 전달한지 고작 열흘 뒤에 사외이사들을 모두 불러 사퇴 배경을 구구절절 설명했다는 점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정 회장의 말대로 조직의 안정을 꾀하려 한다면 그리고 마음이 떠난 CEO 밑에서 일해야 하는 직원들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잔여 임기에 대한 미련을 두지 말고 조용히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 회장에게는 아쉽지만 당분간이라도 회장 직무대행에게 회사 지휘권을 맡기는 것이 오히려 포스코 조직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과거 유행가 중에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정 회장에게 지금 시점은 그 노래 제목을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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