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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의 열애로 시장 파악 지피지기”

“한국과의 열애로 시장 파악 지피지기”

등록 2013.11.25 10:41

정백현

  기자

[CEO리포트]한국토요타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

사무라이 연상 외모 달리 능숙한 한국어 실력 과시
부대찌개 등 한식 마니아 소녀시대 윤아 광팬 자인
글로벌 톱 자존심 버리고 젊은 마케팅 새전략 수립
도전 정신으로 시장 공략 비유럽 수입차 선두 견인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전형적인 일본인이다. 뒤쪽으로 곱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는 무사 ‘사무라이’를 연상케 한다. 누구든 한 눈에 딱 봐도 그를 일본 사람으로 판단하게 할 정도로 그의 외모는 날카롭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사진=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사진=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그러나 나카바야시 사장의 진짜 모습을 알고 보면 그가 ‘괴짜 일본인’임을 알게 된다. ‘일본스러운’ 겉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한국어 실력이 능숙하고 한식도 즐겨 먹으며 일본 드라마·음악보다 한국 드라마와 K-pop을 사랑한다. 한국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다.

◇부대찌개 즐겨먹는 괴짜 일본인=나카바야시 사장의 한국어 실력은 이미 자동차업계에서 유명하다. 일본인 특유의 언어 구조 탓에 교과서적인 한국어 발음을 구현하기 어렵지만 외국인 치고 발음이 수준급이다. 혹독했던(?) 족집게 과외 덕분에 이뤄낸 성과다.

그는 이미 신차 발표회와 모터쇼 등 외부 석상에서 100% 한국어 연설문을 여러 차례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외국인 CEO들이 짧은 인사말만 한국어로 하고 나머지 연설을 자국어로 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식성도 철저한 한국식이다. 햄과 소시지, 김치를 좋아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식 메뉴는 다름 아닌 부대찌개. 좋아하는 음식 세 가지가 한꺼번에 들어 있다는 것이 부대찌개 애호 사유다.

그는 부대찌개 발원지로 알려진 경기도 의정부시를 직접 찾아가 부대찌개 전문 맛집을 골라 다닐 정도로 부대찌개 마니아다. 일본에서 지인이 오면 ‘이것이 한국의 맛’이라며 부대찌개 맛집부터 데려간다. 찌개에 곁들여 마시는 소주도 위시리스트에 빠지지 않는다.

걸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의 광팬임을 자인하는 그는 소녀시대의 콘서트에 혼자 찾아 갈 정도로 K-pop에 심취해 있다. 휴식을 취할 때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주로 본다. 한국어 대사 대부분을 알아듣기 때문에 극의 구조를 이해하면서 본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생활 4년차에 접어든 나카바야시 사장의 성공비결로 이같은 ‘한국사랑’을 꼽고 있다. 한국 문화에 철저히 녹아들어야 더 많은 차를 팔 수 있다는 나카바야시 사장의 판단이 한국토요타의 성장을 이끈 셈이다.

◇글로벌 1위 브랜드? ‘한국서는 도전자일 뿐’=토요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한 브랜드였다. 올해도 1월부터 9월까지 740만여대의 차를 팔았다. 토요타의 현재 글로벌 판매 순위는 GM과 폭스바겐을 넘어선 1위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토요타는 1위가 아니다. 국산 브랜드인 현대·기아차는 물론 수입차 업계 내 독일차 빅4의 그늘에도 가려져 있다. 비유럽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많은 판매량을 나타내고 있지만 토요타가 글로벌 1위 브랜드인 점을 감안하면 조금 머쓱한 성적이다.

특히 2009년 리콜 파동과 2011년 대지진 이후 공급과 판매 전선에 차질을 빚으면서 한국 시장에서도 처참한 흥행 참패를 겪었다. 때문에 만성 적자에 시달려야 했고 ‘토요타는 한국에서 성공하기 힘든 브랜드’라는 악평까지 쏟아졌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이러한 회사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1위 브랜드라는 도도한 자세보다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20~30대 젊은 고객들이 수입차를 선호하고 있다는 시장 트렌드를 감안해 상품 이미지와 마케팅 전략을 젊게 바꿨다. 무엇보다 마케팅과 판촉 쪽에서 잔뼈가 굵은 그답게 ‘젊은 마케팅 전략’ 수립에 직접 나섰다.

한국토요타는 지난 6월 신차 신형 IS를 발매한 이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클럽에서 마케팅 행사를 벌였고 영화 등 대중문화와 자동차를 접목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친근하게 변화시켰다. 이는 나카바야시 사장이 직접 낸 아이디어들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일본 브랜드 제품에 대한 위화감을 없애고 친근감을 주기 위한 전략도 세웠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당시 ‘축구 대표팀의 첫 메달 도전을 응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눈길을 끈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이 맞붙었지만 토요타는 이 현수막을 거두지 않았다. 이 역시 나카바야시 사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나카바야시 사장의 아이디어 혁신 덕분에 한국토요타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비유럽 브랜드로 성장했다. 캠리 등 일부 인기 모델은 독일차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좋은 판매 성적을 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당장의 많은 차를 팔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국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소비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량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1960년 일본 지바현 출생 ▲1982년 토요타자동차 입사 ▲1987년 해외기획부 근무 ▲1994년 아시아부 근무 ▲1998년 인도네시아 판매·마케팅담당 경영코디네이터 ▲2000년 아시아부 아시아 지역 판촉·수급 관리 ▲2006년 아시아·오세아니아·중동 지역 계획실장 ▲2009년 토요타 한국출시 프로젝트 담당 ▲2010년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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