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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 대형마트도 다죽인 유통법 개정 1년 6개월”

[포커스]“시장도 대형마트도 다죽인 유통법 개정 1년 6개월”

등록 2013.11.13 07:17

수정 2013.11.13 08:12

김보라

,  

김아름

  기자

[르뽀]유통법 개정 1년 반, 재래시장·대형마트 가보니

기자는 지난 1일 오후 4시께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길음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찾은 길음시장에서는 전혀 시장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김보라 기자 kin337@)<br />
기자는 지난 1일 오후 4시께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길음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찾은 길음시장에서는 전혀 시장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김보라 기자 kin337@)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시작된지 1년 6개월. 업계의 반발 속에서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 취지에서 시작한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과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을까.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현재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은 걸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그 실효성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본지 취재진이 최근 오후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길음시장을 방문했지만 예상과 달리 시장의 활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손님들만 분주하게 발길을 옮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먹거리를 파는 곳에서만 간간이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곳곳에는 아직 물건에 쳐놓은 가림막을 걷지 않은 주인 없는 빈 점포도 많았다.

길음시장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젠 평일 장사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며 “대형마트가 있지만 휴업일이라 해도 손님들의 발길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은커녕 손님 발길이 더 떨어졌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에 추워지는 날씨로 인해 취재진이 만나본 상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과일가게상인은 ‘요즘 벌이가 어떤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벌써 한낮인데 여태껏 하나도 못 팔았다”라며 “요즘은 해도 짧아져 걱정이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근심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이는 비단 과일가게 상인 뿐 아니라 길음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각, 취재진은 길음시장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이마트 미아점을 찾았다. 평일 낮 시간이지만 지하 1층 식품 매장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마트가 창립 기념일을 맞아 한 달 동안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돌입하면서 고객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듯 했다.

손님들로 북적북적한 모습은 길음시장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마트 한 직원은 “매주 주말에 고객들이 많이 몰리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창립기념일 때문인지 점심 이후부터 매장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며 손님맞이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식품코너와 달리 2층 스포츠·화장품·패션 매장에는 손님이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마트 창립 행사로 인해 식품코너에만 손님이 몰렸을 뿐, 여타 매장에는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문제는 이마트 행사 기간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트 판촉 사원은 “경기가 좋지 못해서 요즘 손님들은 가격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서 사시는 것 같다”며 “옛날에 비해 홍보를 하고 시음, 시식을 하지만 손님들의 지갑을 열기엔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소비자들은 영업규제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손님은 “마트가는 게 몸에 배여 전통시장보다 덜 찾게 되는 것 같다”며 “문을 닫는 일요일이면 불편하다”고 전했다.

망원시장內의 한 정육점. 방송을 타서 유명세를 떨칠법도 한데 손님의 발길은 뜸한 모습이다. (사진=김아름 기자 beautyk@)망원시장內의 한 정육점. 방송을 타서 유명세를 떨칠법도 한데 손님의 발길은 뜸한 모습이다. (사진=김아름 기자 beautyk@)


서울의 대표 시장이라 꼽히는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망원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다들 장사가 잘 되냐는 질문에 고개를 내저을 뿐이다.

딸과 함께 저녁 찬거리를 사러 시장을 찾았다는 한 손님은 “저녁 찬거리를 사려고 시장에 왔다. 집이 바로 근처라서 자주 오는 편이지만 사실 불편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망원시장은 인근 주거인구가 많고 합정역 홈플러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근처 주민들은 시장을 찾는 경우가 있어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라고 상인들은 설명했다.

한 상인은 “대형마트가 들어선지 6개월이 되었는데 큰 차이를 못 느낀다. 그래도 규제를 좀 해주니 휴무하는 당일에는 손님이 약 10% 가량 는 것 같다”며 “하지만 5~6년 전에 비하면 매출이 2~50%까지 줄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형마트 의무휴무제로 인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대형마트.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손님의 발길이 뜸한 홈플러스. (사진=김아름 기자 beautyk)대형마트 의무휴무제로 인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대형마트.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손님의 발길이 뜸한 홈플러스. (사진=김아름 기자 beautyk)


망원시장 근처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에 입점 돼 있는 홈플러스를 찾았다. 망원시장보다 더 한산한 모습이었다. 퇴근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원래 평일 이 시간엔 늘 이런 모습이라고 답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곳은 다른 매장과 다르게 유동성이 큰 편이라 평일에는 매장을 찾는 손님이 적은 편”이라며 “휴무가 해당되어 있지 않는 토요일보다 휴무가 해당되어 있는 토요일이 평소보다 10%가량 매출이 올라가는 건 사실이지만 휴무로 인한 손해는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합정역 홈플러스는 지난 3월 오픈하기 전 망원시장 상인들과 함께 ‘상생협의’를 거쳐 오징어, 망고, 배추, 한우국거리 등 농수산물 위주의 판매제한 품목을 두며 전통시장 활성화에 동참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효과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를 찾은 한 손님은 “마트가 생기기전에는 망원시장을 주로 찾았지만 현재는 집이 여기 근처라 마트를 더 자주 찾는다”며 “휴무일에 물건이 살 일이 있으면 전날 사거나 근처 작은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굳이 시장까지 찾아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kin337@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보라 기자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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