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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의 날’ 50년 빨간 돼지저금통은 울고 있다

[포커스]‘저축의 날’ 50년 빨간 돼지저금통은 울고 있다

등록 2013.10.29 07:00

수정 2013.10.29 07:57

최재영

  기자

떨어지는 저축률 25개국 18위···회복기미 없어
훈장받던 ‘저축왕’ 타이틀 이제는 ‘납세자’가 차지
10여개 세금혜택저축 20년 만에 한개도 남지 않아
저축 대신 대출 권하는 사회 가계 위험 증가 높아

한국 가계저축률 추이. 한국 가계저축률 추이.


‘빨간 돼지저금통’은 격동기 한국의 상징이다. 70년대에는 나라 경제를 위해서, 80년대에 잘 살아보자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가장 흔한 경제교육 중 하나였다. 고사리 손으로 모았던 10원과 100원은 자신은 물론 나라를 부강하게 한다고 믿었다.

이런 빨간 돼지저금통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의 시작점이었다. 요즘처럼 주식, 펀드, 부동산 같은 복잡한 투자의 근간이 되는 ‘기초 자산’의 출발이기도 했다.

빨간 돼지의 역할은 ‘티끌모아 태산’의 속담의 원천으로 꼽혔다. 1990년대에는 외환사태로 위기에 빠진 나라를 살려보자며 너나 할 것 없이 빨간 돼지 배를 갈랐다. 이처럼 빨간 돼지 저금통은 아프지만 우리를 위로해왔던 ‘금융 역사’의 중요한 축이었다.

빨간 돼지 저금통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내려가고 있다. 저금의 상징으로 꼽혔던 빨간 돼지가 사라진 것은 은행의 편리성 보다는 소비의 습관이 이제 앞섰기 때문이다.

◇ 저축왕보다 세금왕이 더 관심

오는 29일은 ‘저축의 날’이다 올해로 50년을 맞은 저축의 날은 매년 10월 마지막 화요일 금융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있다. 1964년 제정된 저축의 날은 금융계로서는 고객에 대한 ‘감사의 날’인 셈이다.

1969년에는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저축추진중앙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1997년까지 저축의 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저축포상도 해왔다. 이 행사에는 대통령이 직접 상을 수여할 정도 성대한 행사였다.

당시 받은 ‘저축왕’이라는 타이틀은 취직은 물론 향후 결혼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은 상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저축왕 2회 연속 타이틀은 정부에서 직접 훈장을 수여할 정도로 ‘저축’의 상징성은 높았다.

50년이 지난 지금 빨간 돼지의 상징인 예금은 이제 ‘애물단지’로 취급할 정도로 찬밥이다. 단순히 예금통장은 수시로 돈을 넣고 찾을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제는 저축왕 보다는 돈을 잘 쓰고 받는 ‘세금왕’이 더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 나라도 은행도 외면하는 예·적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저축률(가처분 대비 저축액 비중)은 계속해서 하강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세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축의 날’ 50년 빨간 돼지저금통은 울고 있다 기사의 사진

최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1988년 24.8%에 달했던 가계 저축률은 2000년에 들어서면서 한 자릿수(8.6%)로 떨어졌다. 특히 작년에는 3.4% 수준으로 역대 최악이었던 2011년(2.6%) 보다 소폭 상승한 정도다.

시중은행 예·적금 잔액은 불과 8개월 만에 4조원이 감소했다.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올 1월 320조9115억원에서 9월 집계에서는 316조3269억원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사에서도 최저 수준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 발표한 ‘국가별 가계저축률 전망’을 보면 한국의 평균 가계저축률은 2007년 4.0%까지 머물렀다. 2008년에는 4.4%에서 2009년 6.6%를 기록했다.

한국은 2011년 OECD 25개국 중 집계에서 18위로 하위권이다. 이 순위도 확정치(3.4%)가 나오면서 순위가 상승해 18위를 기록한 것이다.

◇ 저축보다 소비 권하는 정부

저축률이 하락한 중요한 이유로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비과세 등 각종 혜택을 부여했던 상품들이 사라진 것도 큰 원인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경기활성화’가 중요하게 꼽힌다.

정부는 1990년대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10여개의 세금 우대저축을 내놓았지만 현재 시중은행에는 비과세 상품은 단 하나도 없다. 최근 출시한 ‘재형저축’이 일부 비과세 혜택을 제공했지만 가입률은 현재까지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이처럼 저축률 보다는 소비에 집중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만들고 최근에는 체크카드 소득공제 비율을 높은 것이 시작이다.

가계 소비를 늘리면서 가처분 소득은 오히려 늘지 않아 저축 여력 자체가 줄어든 셈이다. 1980년대와 현재를 비교하면 통신비와 사교육비의 지출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가처분소득은 해마다 줄고 있다.

◇ 저축률 떨어지면 가계 위험 부담 커져

저축률이 하락하면서 가장 위험성이 높은 곳은 가계다. 여유자금이 없어 은행 대출에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내집 마련을 위해 저축을 해왔던 방식과 달리 이제는 대출에 의존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본다면 저축률 하락과도 연관 지을 수 있다”며 “가계에서 여유자금을 마련하기 보다는 그때마다 대출을 통해 충당하면서 향후 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도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서 모기지론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은 각각 올해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지나치게 낮은 가계 저축률에 주택구입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가 결국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사회보장제도 강화 가입률 의미 없어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가계 저축률 하락이라는 좁은 의미보다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이 확대된 점에 지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1960~80년대는 사회환경상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적으면서 저축을 권했다면 이제는 국민연금에 이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연금 저축’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저축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과거에는 돈을 무조건 모으는 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돈을 운용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자산을 운용하는 것도 일종의 저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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