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38위. 한때 재계 5위까지 올랐던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이 침통한 얼굴로 증인대에 섰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로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고 엎드려 사죄드린다”,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현 회장은 여야의 질타 속에 참회의 답변을 이어갔다. 여야는 백발의 현 회장에게 호통을 치거나 화를 내며 피해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려 애썼다.
안덕수 새누리당 의원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감회를 묻자 “많은 분들께 피해를 끼쳐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며 “남은 여생의 지상과제는 이 분들의 피해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을 위한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게 없느냐’는 질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지분을 내려놓으며 모든 경영권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설명한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현 회장에게 전 재산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전 재산을 회사에 넣고 경영하다 사태가 이렇게 돼서 가치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회사 상황이 어려운데 박근혜 대통령을 따라 미국까지 가서 눈도장을 찍고 왔냐’는 조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결과적으로 실패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 하지만 해결을 위해 마지막까지 딜을 했기에 이렇게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거듭 사과했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반성하는 게 어떻겠냐’는 민주당 김영환 의원의 질문에는 “사재는 이미 다 내놓기로 했다”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 전 재산을 회사에 다 넣고 경영해서 추가로 어떻게 할지는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또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 다음날 부인 이혜경 부회장이 동양증권 개인 대여금고를 찾아 현금이나 금괴를 찾아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현 회장은 “오해를 살 수 있는 시기에 경솔한 행동을 한 것은 죄송하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못하던 상황에서 아내도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여금고를 찾아 신변정리차 개인사물을 찾아온 것 뿐”이라며 “금고안에 있던 물건은 결혼식때 입었던 한복과 마고자, 단추, 아이들 돌반지 등 잡동사니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따르면 동양증권 직원들은 서민들에게 투자를 강요하며 “동양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지는데 그걸 왜 못 믿습니까”, “대통령을 수행한 그룹이 그렇게 하루 아침에 망하겠습니까”라며 투자를 권유했다.
송 의원은 “하지만 이들을 믿었던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됐다”고 호통쳤다.
이날 현 회장은 답변을 해야 할 상황이 올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을 이어갔고 고개를 숙인 채 침통한 분위기로 일관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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