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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역대 最多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역대 最多

등록 2013.10.11 07:30

이창희

  기자

다음주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각 상임위별로 증인 명단이 공개되고 있다. 국회로 불려갈 증인으로 재계 인사들이 대거 채택됐다. 특히 올해는 경제민주화 바람 탓에 국회로부터의 ‘초청장’을 받은 기업인들의 규모가 역대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다.

◇ 누가, 얼마나, 왜 불려가나 = 현재까지 나온 주요 상임위들의 기업인 증인 규모는 정무위원회 59명, 국토교통위원회 47명, 산업통상자원위원회 36명 등을 비롯해 총 200명을 초과했다.

이 같은 규모는 일반증인 전체가 300명에 달했던 지난해 국감에 상당히 육박하는 수치다. 아직 의결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임위의 증인까지 합칠 경우 이를 넘어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이번 국감 기간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재계 10대 그룹 내 기업인들이 눈에 띈다. 김충호 현대자동차 대표는 일감 몰아주기 및 직영·대리점에 대한 차별 등 문제로, 박기홍 포스코 사장은 공정거래협약 이행 자료 허위 제출 문제로 정무위에 소환된다.

산업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나완배 GS에너지 대표이사, 오창관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등을 각각 가맹·대리점 횡포와 도시가스 사업법, 민간발전소 과다이익 등과 관련해 증인으로 확정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을 비롯해 건설사 관계자들은 4대 강 사업과 관련해 국토교통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 밖에는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서울-춘천고속도로사업 관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시공사 대표가 역외탈세와 관련해 기획재정위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상임위들이 기업인들을 국회로 소환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각종 현안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이다. 특히 올해는 일감 몰아주기와 불공정 하도급, 4대강 사업, 비정규직 문제 등 현안이 넘치면서 감사의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각종 경제민주화 이슈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여야 정치권의 의도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역대 最多 기사의 사진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역대 最多 기사의 사진

<표1>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증인 명단.  (자료=산업통상자원위원회)<표1>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증인 명단. (자료=산업통상자원위원회)



◇ ‘쑤셔진 벌집’된 재계는 아우성 = 재계의 ‘앓는 소리’는 매년 국감이 다가오면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올해는 특히 심하다.

상임위별 증인 명단이 공개되자 경영자총연합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총은 “국정감사에서 정치권은 과도한 정치공세를 자제하고 정책감사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며 “기업인에 대한 증인신청은 보다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감사는 국회와 정부 간 견제와 균형원리를 실현하는 대정부 통제 수단으로서 그 대상은 국가기관이 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국회는 정책감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기업인의 증인채택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망신주기 위해 부르는 것이 뻔한데 왜 기업 CEO가 정치인을 빛내기 위한 땔감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매년 이처럼 논란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이것이야말로 악습이 아닌가”라고 한숨을 쉬었다.

기업들은 반발과 동시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도 저마다 가동하고 있다.

대기업의 대관(對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일찌감치 전방위적인 물밑 작업에 들어가면서 정무위 등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사무실은 ‘증인에서 빼 달라’는 민원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자사 CEO의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해외 스케줄을 잡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역대 最多 기사의 사진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역대 最多 기사의 사진

<표2> 국회 정무위원회 증인 명단. (자료=정무위원회)<표2> 국회 정무위원회 증인 명단. (자료=정무위원회)



◇ 실효성에 회의론···후폭풍 없나 = 여야 정치권은 기업들의 이 같은 불평을 일면 수긍하면서도 국감에서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야당 의원은 “대상을 불문하고 의혹이 있다면 나와서 해명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며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따끔한 지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권의 재선의원도 “무작정 호통을 치거나 면박을 줄 생각은 없다”면서도 “꼼꼼히 따져보고 아니다 싶으면 지적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의 수와 국감 기간의 시간적 조건은 예년과 같이 한정적인 데 반해 증인들의 규모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국감이 이뤄질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정무위에 출석한 26명의 민간인 증인 중 절반에 가까운 12명은 질문조차 받지 않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로 자리만 지키다 돌아갔다.

기업 입장에서 이보다 더욱 곤혹스런 것은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답변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호통과 고성 등으로 몰아치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다. 의원들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 만큼 반대급부로 기업의 이미지는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

또한 증인들이 여러 개의 상임위에 ‘복수 출연’하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는 것에도 상임위마다 국감 대상 기관만 구분돼 있을 뿐 사안별 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정치학)는 “의원들이 개인적 이미지 홍보를 위해 재계 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후진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록 일부지만 정치권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업인의 증인(채택)은 더욱 신중하고 최소화해야 한다”며 “국회의 의례적인 권위를 뽐낼 시대는 지났다”고 규정했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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