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시절에 임명돼 대표적인 ‘MB 낙하산’으로 꼽히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이렇게 털어놨다고 한다. 정 회장의 고민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포스코의 고위 임원 A씨는 사석에서 이 같은 정 회장의 고민을 전했다. 이 임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연이어 쏟아진 ‘언론의 자진사퇴설’ ‘검찰수사설’ ‘사퇴압박용 세무조사설’ 등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외부의 압박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6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 회장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을 택하겠다’며 사임의사를 밝혔다고 단독보도했다.
포스코측은 이 보도에 대해 “10월에 세계철강협회 회장에 선임될 예정인데 사퇴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즉각 반박했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는 포스코의 강한 부정으로 일단락됐지만 국세청의 포스코 세무조사 실시 며칠 후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정 회장은 이런 고민들을 측근들을 통해 자주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달 10일 러시아 방문 후 귀국하자 마자 부문장급 5명을 서울시내 모 식당으로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부문장들에게 직접 ‘사퇴의사’를 표명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 자리에서도 자신의 사퇴설과 관련해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포스코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자리와 관련 포스코 홍보실측은 <뉴스웨이>의 최초 확인취재에서 “정준양 회장이 늦게 저녁자리에 참석한 것은 맞다”고 즉각 시인했지만 이후 만난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가 다시 시인하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포스코 내부의 혼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A 임원은 뉴스웨이에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통보가 오기 전까지는 자진사퇴는 없다는 게 정확한 정 회장의 의지”라고 전했다.
정 회장의 사퇴여부와 관련해서는 재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여론을 신경써야 하는 청와대 입장에서 정 회장에게 직접 사퇴를 종용하기는 힘들어보인다”며 “정 회장이 이점을 간파하고 굳히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세청과 검찰 등 사정기관이 활발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정 회장 개인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정 회장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청와대에서 바라는 의중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
뉴스웨이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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