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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돈 171조···해법은 없나?

[포커스]갈 곳 없는 돈 171조···해법은 없나?

등록 2013.09.24 08:39

수정 2013.09.25 07:43

박일경

  기자

3%대 실종된 은행예금금리물가상승률·이자소득세 감안하면 실질금리 ‘마이너스’가계자금 이어 기업자금도 은행예금 이탈현상 가속화칠링 이펙트···규제 확 풀어야“세무조사·자금출처 조사 면제 같은 인센티브 부여 검토할 때”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서울시 남대문로 소재 한은 본관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기업과 가계의 자금 부족 해소를 위해 추석자금 방출작업을 진행했다.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서울시 남대문로 소재 한은 본관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기업과 가계의 자금 부족 해소를 위해 추석자금 방출작업을 진행했다.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시중 투자자금이 계속해서 길을 잃고 헤메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 큰 원인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이 171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부동자금을 투자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가 성장을 견인하는 ‘경제 선순환’을 동력으로 삼고자하는 금융당국의 고민도 더 깊어지고 있다.

◇시중금리 3% 실종···실질금리 0%대
24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3%대 금리가 실종된 상태다.

현재 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이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연 2.85%에 불과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연 2.8%가 최대 금리다.

그나마 지점 운영경비와 수수료 부담이 없어 금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폰 정기예금도 KB국민은행이 팔고 있는 ‘KB스마트폰 정기예금’이 1년 만기의 경우 연 3.0%다.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최대 3.2%까지 나와 은행권 최고 금리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을 제외하면 다른 시중은행들은 스마트폰예금조차 예금금리가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1년 만기보다 예금 유치기간이 짧은 6개월, 3개월, 1개월제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 시중은행 모두 2%대 초반이다.

◇초저금리 해법은 없고 관망만
이런 초저금리는 소비물가 상승률과 전혀 연동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거의 제로(0) 수준에 수렴하고 있는 셈이다. 또 만기에 받을 이자의 15.4%를 떼는 이자소득세를 제외하고 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이 같은 저금리 기조의 부작용이 본격화되면서 시중 부동자금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특정금전신탁 수탁고를 171조1000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반년 만에 15조800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한은은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가계소득 증대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놓았다. 저소득 가계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지난해 3.4%까지 급락한 가계 순저축률을 높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 전부다.

◇부동자금 유도정책 필요성 높아져
시중 부동자금 문제는 경제가 살아나야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큰 문제는 그동안 여유자금이 생기면 관행적으로 은행에 묻어뒀던 국내기업 자금도 은행예금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MMT 잔액은 111조7927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9조232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은행예금 잔액은 302조9696억원에서 302조9711억원으로 1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년물 MMT 금리는 연 3%대 초반으로 연 2.8% 안팎인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아 기업들의 여유자금 운용방식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부동자금은 어디로?
가계와 기업을 막론하고 여유자금의 은행권 이탈이 본격화되자,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을 떠난 자금이 그렇다고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금융상품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자산가들이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로 몸을 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배경에는 이른바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급랭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칠링 이펙트란 급격히 투자심리가 싸늘하게 얼어붙는 효과로 특히 공권력의 규제 우려 등으로 미리부터 행동을 자제하는 것을 뜻한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들어 기업이나 자산가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나 감시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며 “국세청이나 금감원 등이 행정서비스 제공보다는 뭔가 보여주겠다는 식의 실적주의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금융 유도 필요성 높아져
부동자금에 대한 지적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부동자금을 먼저 끌어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투자가 높아지면서 개인의 부동자금 투자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자금출처에 대한 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업이 경제 살리기 동참 차원에서 선의의 투자를 했는데 오히려 자금 출처 등의 뒷조사를 받을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말로만이 아닌 실천으로 금융 관련 규제를 혁신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성장을 위한 투자자금의 경우에는 세무조사나 자금출처 조사 면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

뉴스웨이 박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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