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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13-07-29 06:00

진격의 조선거인 “위기는 무조건 기회다”

[CEO리포트]‘경영 항해사’ 현대중공업 이재성 사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기업이다. 2008년 리먼쇼크 이후 터진 조선업 불황의 여파와 중국 조선업체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지만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주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순항에는 4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재성 사장의 공이 크다. 1975년 이후 계열회사인 현대선물 대표로 있던 시절을 빼고는 줄곧 현대중공업에 근무했던 이 사장은 지난 2009년부터 현대중공업의 사장으로 재직해왔다.

지난 2011년 초 민계식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부터는 조선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외현 사장과 함께 공동으로 회사를 꾸리고 있다. 이 사장이 경영 전반의 기획과 회계, 구매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조선소 현장 업무는 김 사장이 챙기는 형국이다.

이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조선업계 내에서 소문난 재무통 출신으로 분류된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기초적 이론을 배우고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까지 딴 학구형 재무통이다.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조선업 현장의 업무는 김외현 사장에게 맡기고 이 사장은 회사의 안살림을 주로 챙기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안팎의 상황에 따라 환 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 수준의 환율로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행위)와 원자재 수급 대책 등 가시적인 대안을 세워 회사의 경영 실적을 향상시키는데 큰 노력을 한 바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 현금 보유량을 크게 늘려 회사의 곳간을 든든히 채웠다는 점은 이재성 사장의 가장 큰 공적 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올 1분기 현금성 자산은 5조7857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무려 59.8%가 늘어났다. 유무형 자산 취득액도 304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4.2% 늘었다.

현대중공업그룹 전체의 현금성 자산도 10조9557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65.3% 늘어나면서 국내 20대 그룹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현금 보유량이 늘어난 이유는 릴레이 수주 소식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고 고부가 선박으로 분류되는 드릴십의 인도가 완료되면서 현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현금이 대량으로 늘어나면서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조선업 불황 절정기에 비해 한결 개선됐다. 특히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사장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다. 큰일이 없는 한 외부 활동에도 잘 나서지 않고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부각되는 것도 썩 내켜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영 계획을 세울 때는 평소와는 정반대의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 시장 선도를 위해서는 위기 상황에서도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로 297억달러를 잡았다. 지난해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194억달러를 수주한 것을 감안하면 297억달러는 무리한 목표가 분명했다. 불황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있지만 여전히 조선업은 불황의 그늘을 떠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충분히 보수적인 수주 목표를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공격적인 행보로 2011년 수주량(253억2400만달러)보다도 훨씬 높은 목표를 잡았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그만의 고집 때문이었다.

현재까지 현대중공업의 수주 성적은 연초의 목표를 어느 정도 맞춰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중공업의 수주량은 146억3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량(86억5400만달러)보다 무려 69.12%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상반기 보여준 수주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목표 수주량을 채우는 데에는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사장은 늘어난 현금을 기반으로 다양한 투자도 전개해 회사의 성장 동력을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억7400만원을 투자해 올해 4월 브라질 굴삭기·휠로더공장을 완공했고 현재는 건설장비용 엔진 제작회사인 ‘현대커민스’ 설립에 68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비록 벌어들인 금액에 비해 실제 투자 금액이 적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투자 행보는 돋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 사장은 연초부터 회사의 체질 개선을 위해 공격적인 행보로 활동에 임해달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신규 시장 개척이나 업무 기술의 혁신 등도 공격적인 경영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성 사장 프로필
▲1952년 출생 ▲서울 중앙고 졸업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카이스트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75년 현대중공업 입사 ▲1992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199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1997년 현대선물 대표이사 겸 사장 ▲2004년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장 겸 부사장 ▲2009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겸 사장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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