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홍 기자
등록 :
2013-07-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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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믿었던 증거 ‘무용지물’…변호인 교체

재판부 “재판 시간만 지연시켰다” 지적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이 무죄 입증을 기대하며 증거물로 제시한 녹음파일이 무용지물이 됐다. 재판부는 녹음파일 내용을 신뢰하지 않았고 증거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16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최 회장의 항소심 공판에서 최 회장 측이 제출한 녹음파일에 대한 증거조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최 회장 측은 재판부의 권유에 따라 녹음파일 재생 신청은 철회하고 녹취록만 증거물로 제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최 회장과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의 대화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전 고문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의 대화 내용만 법정에서 재생됐지만 재판부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대화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고문과 최 부회장의 녹음파일에는 최 부회장은 펀드자금 선지급이나 송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김 전 대표가 모든 걸 혼자서 벌인 일이라는 대화 내용이 담겼다.

녹음파일은 지난 2011년 12월8일게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최 부회장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모든 혐의를 자백한 직후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녹음파일이 만들어진 날짜가 정확하다면 대화 내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그렇지 않고 나중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대화내용이 거짓일 수 있다며 내용을 분석할 필요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문용선 재판장은 “김준홍 피고인은 검찰 수사 초기부터 최태원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바 없고 오히려 1심 재판 과정에서 재판 전략에 따라 거짓 증언을 해왔다”며 “이 녹음파일이 진실이라면 김원홍씨는 검찰 수사 초기부터 항소심 재판의 현재 상황을 미리 내다봤다는 것인가”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한 문 재판장은 “김원홍씨와 최재원 피고인의 대화를 들어보면 굳이 서로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시시콜콜하게 설명하듯이 하고 있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의 녹음파일 제출이 오히려 재판 일정만 지연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은 사실상 녹음파일이 조작됐거나 적어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짐작케한다. 이에 따라 재판 분위기는 최 회장에게 더욱 불리해졌다.

한편 이날 최 회장은 공판이 마무리단계인 상황에서 변호인을 교체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그동안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했지만 이날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을 변호인으로 새롭게 선임했다. 이공현 변호사는 지난 2011년까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뒤 법무법인 지평지성에서 대표 변호사를 활동 중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의 변호인 교체가 항소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 회장의 다음 공판은 오는 22일 오후에 열린다.

강길홍 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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