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홍 기자
등록 :
2013-07-11 21:35

수정 :
2013-07-1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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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항소심, ‘히든카드’가 덫이 됐다

재판부, 최 회장 제출한 녹취록 불신…증거물 철회 권유하기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이 무죄를 입증할 ‘히든카드’로 이번 사건 당사자 간의 전화통화 녹취록 및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오히려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최 회장의 항소심 공판에서 문용선 재판장은 최 회장 측에 녹취록의 증거 제출을 철회할 생각은 없는 지 물었다.

최 회장 측이 제출한 녹취록이 오히려 최 회장의 무죄를 입증하기 보다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이 제출한 녹취록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최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각각 통화한 내용이다.

공개된 녹음 내용은 최 회장의 기대와 달리 김 전 대표에게 이번 사건의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녹음 파일에서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형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며 “모든 것이 너와 나의 잘못”이라고 의도적으로 되풀이해 말한다.

이날 재판장에서 녹음 파일 공개에 앞서 녹취록을 검토한 김 전 대표는 “당시 전화통화를 하면서 계속해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말하는지 황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녹음파일을 만들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며 “김 전 고문에게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고문과 최 회장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재판부는 시간 관계상 다음 기일에 이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최 회장 측에 녹취록과 녹음 파일의 증거제출을 철회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충고하기도 했다.

문 재판장은 “변호사도 법률전문가인데 그 녹취록이 독이라는 생각은 안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태원 피고인이 반대했다면 증거로 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재판장은 또 “변호인의 모든 행동이 피고인의 의사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한 것은 최태원 피고인의 의사라고 보인다”면서 “그렇다면 최태원 피고인의 의사에 영향을 미친 것은 누구일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원홍씨가 최태원 피고인의 의사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며 “피고인은 김원홍씨 때문에 지금 이 지경까지 왔는데 만약 아직까지도 그 사람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의 항소심 다음 공판은 오는 16일에 진행된다. 또한 재판부는 오는 22일을 넘기지 않고 공판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달 초 변론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새로운 증거물 등이 제출되면서 예정보다 길어졌다.

강길홍 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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