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홍 기자
등록 :
2013-07-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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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항소심, 회심의 증거가 오히려 화근?


횡령 등의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이 무죄를 입증할 회심의 증거를 제출했지만 오히려 재판부의 불신만 키우는 화근이 됐다.

2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최 회장 측이 지난달 28일 공판에서 제출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이번 사건 당사자인 최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의 통화내용이 기록된 녹취록을 탄핵증거로 채택했다.

탄핵증거는 피고인 등의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를 말한다. 즉 최 회장 측은 녹취록에 기록된 대화 내용을 통해 최 회장이 이번 사건 펀드자금 인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녹취록의 내용을 믿기 힘들다며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녹취록을 만든 당사자가 김 전 고문이라는 점에서도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본인(김원홍)은 떳떳하게 재판에 나오지도 않으면서 갑자기 이런 녹취록을 만들어 보냈다”며 “김원홍이 나와서 녹음 경위 등을 원만하게 밝히지 않으면 가사 녹음 내용이 맞더라도 이 재판에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 전 고문이 갑자기 녹취록을 보내온 것이 이번 사건이 수사 단계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김 전 고문의 전략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항소심 재판의 핵심 증인이었던 김준홍 전 대표 증언도 의심받고 있다. 김 전 대표가 김 전 고문의 재판 전략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듯 하면서도 최 회장 입장에 맞춰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많은 시간 김준홍 피고인을 심문했는데 잠정적으로 최태원 피고인 측과 내통해서 교묘하게 증언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마치 최태원 피고인에게 조금 불리한 듯 진술을 하면서도 깊게 파고들면 최태원 측 주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런 증거(녹취록)들로 최초의 전략을 세웠는데 안 통해서 기소되고 최재원 피고인이 죄를 뒤집어쓰는 1심 재판 전략이 안 통해서 유죄되고 항소심에서 전략을 또 바꿨지만 통하지 않자 새로운 전략으로 이런 증거물을 내게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재판부는 또 “검사도 재판장의 시각도 기본적인 면에서 김준홍 피고인이 최태원 피고인의 입장에 맞춰 교묘하게 허위 진술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 측으로서는 펀드자금 인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회심의 카드로 녹취록을 제출했지만 오히려 재판부의 불신만 키우는 역풍이 된 것이다.

한편 최 회장 측이 제출한 녹취록에는 이번 사건이 김 전 대표의 단독범행이라는 내용의 대화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길홍 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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