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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밴 솔선수범 “실행없는 비전은 허상”

몸에 밴 솔선수범 “실행없는 비전은 허상”

등록 2013.06.24 06:00

수정 2013.06.24 10:15

이주현

  기자

[CEO리포트]‘현장경영 달인’ LG화학 박진수 사장

- 국내 화학 선진화 산증인 80년대 여수공장 장애때 현장 야전침대 마련 밤샘
- 언제나 열려있는 집무실 형식보단 격의없는 경청 “진짜 프로는 뺄셈 우선”

박진수 LG화학 사장 / 사진=LG화학박진수 LG화학 사장 / 사진=LG화학


LG화학을 이끌고 있는 박진수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화학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정평 나있다.

박진수 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LG화학에 입사한 이후 15년 이상 생산 공장을 누비며 생생한 현장 감각을 익혔다. 이후에는 사업부장, 사업본부장을 비롯해 주요 화학계열사 CEO를 두루 거치며 풍부한 현장 경험과 전문지식으로 주요 사업들을 세계적인 위치에 올려놨다.

또한 2004년에 LG화학이 인수한 현대석유화학의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현장에서 직접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성공적으로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후 2005년에 LG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해 NCC (납사분해센터) 공장을 아시아에서 Top3 안에 드는 규모로 키웠고 BPA(비스페놀-A) 사업에 신규로 뛰어들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사업으로 육성시키기도 했다.

박 사장은 현장을 가장 중요시하는 경영자다. 경쟁사보다 월등한 원가 경쟁력과 품질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바로 현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이런 현장 중시 경영은 그가 실제로 현장에서 생생하게 체득한 결과다.

80년대 초 여수공장에서 생산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는 폴리스티렌(PS) 생산 라인을 기존에 익숙한 Batch 공정(전기밥솥처럼 원료 투입과 제품 생산 과정을 한 번씩 끊어서 생산하는 공정)에서 난이도가 높은 연속공정 방식으로 건설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처음 적용하는 공정인만큼 힘겹게 공장 건설이 완료됐지만 문제는 시운전에서 발생했다.

생산 트러블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가동중단은 물론 연속공정의 특성상 많은 기기와 배관에 단단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꽉 막혀버리 게 된 것이다.

일본의 기술고문들도 재가동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사직서를 책상 고무판 밑에 넣어두고 현장에 야전침대를 마련해 몇 주 동안 밤새 현장을 지켰다.

그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였던 생산 라인은 3주 만에 안정적으로 재가동에 들어가게 됐다. 위기 때 포기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박 사장의 도전정신이 이룬 결과였다.

박진수 사장(사진 맨 우측)이 여수공장 생산공정을 제어하는 컨트롤룸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LG화학박진수 사장(사진 맨 우측)이 여수공장 생산공정을 제어하는 컨트롤룸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LG화학


박 사장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소통과 솔선수범을 꼽는다. 실제 그는 소통과 솔선수범의 진정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경영자로 손꼽힌다. 그의 집무실은 임원들은 물론 사원들에게도 활짝 열려있다.

그는 대화 때에도 직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한다. 리더라면 남의 말을 자주 듣고 소통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실제 그의 집무실에는 업무상이나 개인적인 고민으로 찾아오는 임직원들이 상당수다. 대화를 마치고 나면 박 사장은 아무리 후배사원이라 하더라도 꼭 일어나서 문밖까지 배웅한다.

이런 리더십 스타일로 인해 그는 연간일정을 세울 때 사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정을 최우선으로 잡는다.

또 진급한 직원들에게 일일이 손수 휴대폰 축하 문자나 이메일을 작성해서 보낼 정도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솔선수범에 앞장서는 경영자다.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은 바로 리더의 솔선수범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그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비전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결국 강한 실행력에서 비롯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리더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박 사장은 불필요한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생산 현장 방문 때 공장장들이 밖에서 대기하면서 박 사장을 영접하자 정해진 일정대로 돌아다니지 않을 테니 절대 밖에서 기다리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현장에 방문해서도 형식적인 보고는 일절 받지 않고 직원들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뺄셈론’에서 알 수 있다. 그는 “진정한 프로는 뺄셈을 우선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덧셈을 우선으로 한다”며 “자원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데 모든 일에 노력을 집중할 수 없는 만큼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해야 하는 일, 본질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버릴 수 있는 것을 과감히 버리고 그 시간을 남다른 고객가치를 실현하는데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는 늘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을 정착시키고 맡은 바 임무를 끝까지 철저하게 실행하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화학회사로 도약하자”고 당부하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사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미국 뉴저지 티넥에서 직접 채용행사를 주관해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을 만나 회사의 강점을 소개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LG화학박진수 LG화학 사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미국 뉴저지 티넥에서 직접 채용행사를 주관해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을 만나 회사의 강점을 소개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LG화학


이런 박 사장의 좌우명은 ‘신기독(愼其獨)’이다. 고등학교 시절 교장선생님이 손수 써주신 액자가 바로 이 문구였다. 아직까지 액자를 집무실에 걸어둘 정도로 가슴 속 깊숙이 그 의미를 품고 다닌다.

중용에 나오는 이 말은 ‘혼자 있을 때도 스스로 삼간다’라는 의미로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항상 삼가고 노력한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는 스스로 삼갈 수 있는 이러한 자세야말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는 LG의 ‘정도경영’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직원들에게 늘 거울을 보듯 스스로 마음을 닦으라고 당부한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 사장은 지금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도전하는 정신을 가진 사람을 진정한 ‘인재’라고 말한다.

특히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되 현실의 냉혹함을 바라볼 줄 아는 시야도 동시에 갖춰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One Size Bigger Hat’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위치보다 한 직급 이상 높은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고민하며 해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역량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박진수 사장은 △1952년 인천 태생 △1970년 제물포고 졸업 △1977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77년 럭키 프로젝트실 입사 △1996년 LG화학 여천 스트렌수지 공장장 △1996년 특수수지 사업부장(상무) △2002년 ABS/PS 사업부장 (상무) △2003년 현대석유화학 공동대표이사 △2005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 △2008년 석유화학사업본부장 (사장) △2012년 CEO 겸 석유화학사업본부장 (사장)

이주현 기자 jhjh13@

(사진설명)

메인1.jpg : 인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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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사장(사진 맨 우측)이 여수공장 생산공정을 제어하는 컨트롤룸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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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LG화학 사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미국 뉴저지 티넥에서 직접 채용행사를 주관해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을 만나 회사의 강점을 소개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LG화학

뉴스웨이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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