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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기업 살리기’는 없고 ‘죄와 벌’만 있다

한국엔 ‘기업 살리기’는 없고 ‘죄와 벌’만 있다

등록 2013.06.17 08:10

민철

  기자

일하는 풍토 공언 ‘박근혜 정부’ 사정 칼바람 구경만
기업들 경영 뒷전 눈치밥 “이것이 창조경제냐?” 불만


“모난 돌이 정(丁) 맞지요. 저희도 나름 할 말은 있습니다. 하지만 나서봐야 득될 게 없으니 숨죽이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요”

어느 대기업 임원의 토로다. 이처럼 요즘 재계는 긴장의 연속이다. ‘일하는 풍토 만들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은 이미 빛이 바랜지 오래다. 사정(司正) 당국의 전방위 사정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등으로 인해 재계의 심리적 압박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올 하반기 경제 전망도 녹녹치 않은데다 일본 엔저 부작용이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지만 대응책 마련은커녕 당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한국엔 ‘기업 살리기’는 없고 ‘죄와 벌’만 있다 기사의 사진


◇사정 정국에 기업환경 ‘최악 ’= 재계에 대한 압박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검찰, 고용노동부 등 범정부차원에서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당장 재계는 북한 리스크와 엔저 부작용 등 대외적 경기 불안 요인에 대한 경영전략 마련은 둘째 치고 정부와 정치권의 파상공세에 대응하기도 벅찬 상태다. 그렇다고 이렇다할 대안도 없다.

조사를 받거나 수사 대상이 된 기업들은 쑥대밭이다. 지난달부터 사정당국으로부터 전면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 CJ그룹은 ‘혼돈’ 그 자체다.

또 오너를 비롯해 임원들이 조사와 수사 대상에 오르내리며 당국의 자료 요청과 대응 자료 수집하기에 정신이 없다. 대상이 아닌 기업들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조사에 대책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특히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은 심상찮은 최근의 감독·사정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보 확보에 열을 내고 있다.

다음 사정 대상이 어디고 이미 어느 기업이 내사가 진행 중임 어디 그룹은 오너 소환이 임박했다는 등 불확실한 소문과 ‘살생부설’까지 오르내리면서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경영전략은 우선 순위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정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재계에선 “이런식이면 안걸릴 기업이 어디있겠냐” “기업환경이 좋아지기는커녕 황폐화되고 있다”는 비토까지 나오고 있다.

‘창조경제만 있고, 기업은 안보인다’ = 재계 안팎에선 “창조경제만 보이고, 기업 현실은 보지도 않는가”라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흘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만을 강조하면서 기업을 옥죄는 기류에 대해선 좀처럼 입을 떼지 않고 있기 때문이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세는 메가톤급이다. 지난 4월 국회에서 통과된 60세 정년 의무화법과 대기업 연봉 공개 등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국회에서 다뤄질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자 금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이 포함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 활동에 대대적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4월 박 대통령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에 대해 “공약 내용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어 무리한 것 아닌지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방망이를 휘둘러서는 절대 안된다”고까지 했다.

경제민주화 입법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박 대통령이 약속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재계는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과 성공을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침묵하는 사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뿐 아니라 사정기관의 대대적 사정과 관계부처가 규제에 나서면서 오히려 정부가 기업 규제를 조장하고 있다는 불평이 나올만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창조경제도 각 기업의 성장기반 속에서 궤도에 오를 수 있다”며 “현재 중국과 일본 등 대외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시기에 우리는 내부적 요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지금 산업계의 분위기는 최악 수준”이라며 “창조경제보다도 우선 기업이 처한 현실을 파악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민철 기자 tamados@

뉴스웨이 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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