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현 기자
등록 :
2013-05-06 07:24

수정 :
2013-05-06 08:37

소문난 축구광 “팀워크로 새 가치 창출”

[CEO리포트] 車업계 ‘메시’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 프로 선수급 축구실력 직원과 운동장 누비며 노사 단합 ‘소통의 장’
- 내수시장 침체 직격탄 시장 철수설 난무에도 신차 통해 극복 자신감

2012년 1월 자동차업계에 예상치 못한 급보가 전해졌다. 2009년부터 한국GM의 경영을 책임져오던 마이크 아카몬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한 것. 아카몬 전 사장은 “고향에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며 본국 캐나다의 봄바르디어항공으로 둥지를 옮겼다.

한 달 뒤 미국 GM 본사는 한국GM의 새 수장으로 세르지오 호샤를 임명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에서 GM 법인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호샤 사장의 이름이 공개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수시로 직원들과 회사 사정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며 소통경영을 펼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사진은 지난해 인천 부평 본사에서 열린 경영현황 설명회 장면. 사진=한국GM


한국GM의 전신인 GM대우에서 2년간 제품기획 부사장(2006~2008)을 맡은 경험은 있었지만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렸다.

호샤 사장은 지난해 3월 사장 부임 이후 행동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생산직 노조와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였고 회사의 단결이 필요하다면 자신을 낮춰 조직의 융합을 위해 뛰었다.

지난 2011년부터 불어 닥친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불황에도 호샤 사장이 이끈 한국GM은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샤식 ‘소통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증거다.

◇축구에 ‘환장’한 열혈 소통 CEO = 호샤 사장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태어났다. 그는 ‘축구의 나라’ 출신답게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축구를 꼽는다. 어린 시절 그의 장래희망은 버스 운전사 그리고 프로축구 선수였다.

지금도 축구에 대한 상식은 전문가 수준이며 발재간도 웬만한 프로급 선수에 버금갈 정도로 우수하다. 그에게 축구는 그야말로 삶의 일부다.

어릴 적부터 축구와 자동차를 가장 좋아했던 그는 한국GM 사장 부임 이후 축구를 통해 조직의 화합을 꾀했다. 축구 때문에 생긴 일화도 유명하다.

호샤 사장은 부사장으로 일하던 지난 2008년 노사 간 단합 축구대회에 출전했다. 한국GM의 노사 간 단합 축구대회는 오래 전부터 치러져온 전통의 대회다.

초반 경기는 노조 측의 우세로 진행됐다. 그러자 호샤 사장은 “계급장 떼고 한판 제대로 붙자”고 당차게 나섰다. 그리고 브라질 출신임을 증명하듯 50대의 나이에도 현란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패배 위기의 회사 측 선수단을 무승부로 이끌었다.

그는 지난해 사장 부임 이후에도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비록 경기 도중 스텝이 꼬이면서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지만 그가 보여준 잠깐의 플레이는 직원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발목 부상만 아니었더라면 호샤 사장의 활약으로 회사 측 선수단이 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축구를 경영에 접목시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축구에서나 경영에서나 팀워크가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의 팀워크를 살리기 위해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했다.

축구와 더불어 그가 팀워크 강화를 위해 활용한 소통의 매개는 술이었다. 축구가 끝난 뒤 그는 경기에 함께 뛴 직원들과 막걸리를 마셨고, 생산 현장의 직원들과는 자주 소주잔을 기울이며 직원들의 고충을 들었다. 외국인 사장의 소탈한 모습에 직원들은 감동했고 사장과의 거리를 좁히게 됐다.

소탈한 사장의 소통 노력 덕분에 한국GM은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노사 관계가 좋은 곳으로 꼽힌다. 호샤 사장은 수시로 ‘경영설명회’를 열어 회사의 상황을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직원들로부터 의견을 듣는다.

그는 “고객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함께 일하는 직원”이라며 “이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가장 즐겁고 소중한 일”이라고 자주 말한다.

◇잇단 악재, 정면 돌파로 해결 = 호샤 사장은 올해 3월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GM 주변에 놓인 환경은 썩 좋지 않다.

내수 자동차 시장은 이미 심각한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한국GM 역시 내수 침체의 유탄을 맞았다. 더구나 ‘스테디셀러’인 경차 스파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주력 모델이 없어 수익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한국GM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대내외 정세의 불안으로 인해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한국GM은 이미 지난해 군산공장의 신형 크루즈 생산 중단 문제로 ‘한국 시장 철수 논란’이 불거져 적지 않은 홍역을 앓은 바 있다.

호샤 사장은 안팎의 악재를 잇달아 출시하는 신차를 통해 정면으로 뚫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지난 2월 출시한 쉐보레 소형 SUV ‘트랙스’는 첫 번째 전략 카드다. 호샤 사장의 애정이 들어간 트랙스는 지난 3월에만 1262대를 판매하며 쉐보레 브랜드의 새로운 효자로 등극했다. 연초 출시한 캐딜락의 신차 ATS 역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신차를 앞세운 덕분에 한국GM은 국내 완성차 5사 중에서 쌍용차와 함께 지난해보다 1분기 판매량이 늘어난 유일한 회사가 됐다.

한국GM은 하반기 스파크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된 스파크 전기차는 주행 성능이 훨씬 강화된데다 국내 전기차 인프라가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호샤 사장은 이를 통해 회사의 숙원인 내수 시장 점유율 10% 돌파를 이뤄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쉐보레와 캐딜락 브랜드 판매를 통해 9.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10% 문턱에서 아깝게 실패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점유율을 15~2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한국 시장 성공에 대한 굳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1959년 브라질 상파울루 태생 △브라질 쿠바스대 기계공학·산업공학과 졸업 △1979년 GM브라질 제품개발분야 입사 △1993년 독일 뤼셀스하임 오펠 국제기술개발센터 △1996년 GM로사리오 제품 개발·제품 기획 부문 임원 △2002년 GM 남미·아프리카·중동지역 소형차 개발 부문 총괄 임원 △2006년 GM대우 제품기획부문 부사장 △2008년 GM 본사 글로벌 프로그램 총괄 임원 △2009년 GM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비즈니스 총괄 사장 △2012년 한국GM 사장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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