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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앞에 서면 작아지는 공정위

[기자수첩] 대기업 앞에 서면 작아지는 공정위

등록 2013.04.08 21:13

수정 2013.04.11 16:26

성동규

  기자

 대기업 앞에 서면 작아지는 공정위 기사의 사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감독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유독 공정위는 대기업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대기업들이 공정위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을 끌어들여 바람막이로 활용하는 고질병은 이제 별로 놀라울 것 없는 사실이다.

고위공무원들의 대형 법무법인(로펌) 재취업과 관련 전관예우 논란은 끊긴 적이 없다. 최근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전 후보자가 대형 로펌인 김앤장과 율촌에서 23년간 근무하면서 주로 대기업 소송을 맡아온 이력이 논란이 되면서 낙마하기도 했다.
한 전 후보자는 로펌에서 공직으로 가는 사례였으나 대부분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달 김앤장 등 국내 10대 로펌에 몸담고 있는 공정위 출신이 49명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자료를 보면 김앤장에는 서동원·김병일 전 부위원장과 이동규 전 사무처장 등 10명, 율촌에는 박상용 전 사무처장과 오성환 전 상임위원 등 7명이, 태평양에는 이병주 상임위원 등 5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로펌에서 공정위 출신을 대거 영입하는 이유는 대기업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불공정거래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는 대기업 입장에선 공정위 공무원 출신이 많이 소속된 로펌을 선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대기업의 변론을 맡은 대형 법률사무소와 공정위는 상반된 입장일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여기에서 공정위 고위공직자 출신이 대기업을 대리해 공정위와 법률적 다툼을 벌인다면 ‘공정’이라는 단어를 얼마만큼 기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처럼 당연한 수순이 계속 반복되는 한 불공정행위를 감시·견제해야할 공정위의 존재는 대기업들에게 가장 두려워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귀찮은 존재 정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홈페이지 소개글 가운데 한 구절이 눈에 띈다.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과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수행하고 형사절차에서 고객을 변호한다.”

이 글을 곱씹어 다시 생각해보면 김앤장과 같은 대형 로펌을 고용할 수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다툼은 곧 계란으로 바위치는 꼴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억울한 약자에 편에 서서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할 공정위에게 오로지 ‘공정함’만을 기대하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런 사회를 기대해 본다.

성동규 기자 sdk@

뉴스웨이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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