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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오너가 재판에 대한 단상

[기자수첩]유통 오너가 재판에 대한 단상

등록 2013.03.27 10:08

정백현

  기자

유통 오너가 재판에 대한 단상 기사의 사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국내 유통 대기업의 오너 2세들이 연일 법정에 서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4월 말 법정에 나와야 한다. 지난해 가을 유통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관련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무단 불참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검찰로부터 400만원에서 700만원까지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판사들이 직권으로 정식 기소해 법정에 서게 됐다. 이른바 ‘괘씸죄’에 걸린 셈이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522호와 523호 법정에서는 30여분의 시차를 두고 정용진 부회장과 정지선 회장의 공판이 연이어 열렸다. 예정대로 두 기업인은 피고인석에 섰고 “죄송하다”며 판사를 향해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판사는 변호인 측과 검사 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본 뒤 검찰의 구형을 요구했고 검사는 이전의 형량과 같은 700만원과 400만원의 벌금형을 각각 구형했다. 최초 재판 개시부터 선고 기일 통보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5분에 불과했다.

이날 재판에서 기자는 개운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이 재판이 대체 누구를 위해 하는 재판인가 하는 불만이다.

고작 15분의 재판을 위해 각 기업인들은 바쁜 일정 속에 며칠 동안 변호인과 함께 재판을 준비하고 각 기업의 사무실에서 법원까지 직접 이동해야 하는 수고를 했다. 그리고 법정에서 과거에 썼던 반성문을 또 읊었다. 이 얼마나 낭비적인 일인가.

이번 유통 기업인들의 정식 기소는 판사들의 몽니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만약 판사들도 검사들의 구형량에 따라 똑같이 벌금형의 판결을 내린다면 그 재판은 안 하느니만 못한 재판이 되고 말 것이다. 똑같은 말을 하기 위해 기업인들을 괴롭힌 꼴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 증언에 불참한 기업인들을 두둔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민의의 전당을 무시한 것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다. 그러나 벌을 내리는 과정이 참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우려는 지울 수 없다.

유통 기업인들을 원칙대로 따끔하게 벌하되, 이들이 스스로 쇄신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관용도 필요하다. 말 안 듣는다고 무조건 때리기 보다 이들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것도 ‘교화’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기업은 정치권과 사법부의 ‘호구’가 아니다. 정치권과 사법부가 기업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고 말을 안 듣는다 싶으면 무조건 두들겨 패는 관행은 이제 그만 봤으면 한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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