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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기자
등록 :
2013-01-22 10:20

수정 :
2013-01-25 10:00

[신년기획] '저성장 늪' 탈출 "中企 우량아가 필요하다"

-10대그룹 시총이 전체 58% '경제쏠림' 현상 해소로 기초체력 키워야

동반성장위원회의 CI 및 설명 ⓒ동반성장위원회 홈페이지


지난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재벌닷컴이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1345곳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매출액은 492조5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909조3000억원의 54.2%에 달한다.

10대 그룹 95개 상장사의 시가총액도 지난 8일 기준 733조9000억원으로 파악돼, 전체 시가총액 1267조5000억원의 57.9%에 이르렀다.

우리 경제의 대기업 집중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경제력의 대기업 쏠림은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은행(WB)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순위는 지난 2008년 23위에서 지난해에는 8위로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무려 15계단이나 수직 상승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세계 톱10’에 진입했지만, 중소기업에게는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0대 기업의 2012년 동반성장 추진성과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이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협력사 경쟁력 강화'(39.2%)였다.

이는 전년도 같은 조사에서 49.6%의 기업들이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1위로 꼽았던 것에 비하면 불과 1년 사이에 10%포인트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대기업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동반성장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을 위해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가장 많이 들었음에도 전경련이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기업의 노력을 평가한 결과, 10점 만점에 6.4점이라는 점수가 나왔다. 대기업들은 자체 평가에서도 동반성장에 초라한 성적을 보였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산다 =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지식재산분쟁에 따른 우수기술의 사업화 실패 사례분석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캐스트가 개발한 MP3플레이어 원천특허는 국내 기업간 분쟁으로 소멸됐다.

또 미국·유럽·중국 등에 등록된 해외 특허는 미국 ‘특허괴물’에 인수돼 오히려 우리 기업이 라이선스비를 지불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MID는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MP3 기술이 적용된 기기의 한국·미국·중국·일본·EU 등 주요국 판매량은 최소 13억대 이상”이라고 공개했다.

디지털캐스트의 특허권이 유지됐다면 이 기간 동안 약 3조1500억원에 이르는 로열티 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

디지털캐스트 사건은 막대한 자본력과 인지도, 그리고 국내 시장 장악력을 앞세워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개척한 기술과 시장을 빼앗으려다 우리 경제 전체가 커다란 손실을 본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까지 인용되고 있다.

한때 북미 시장 점유율 1위까지 올랐던 MP3플레이어 ‘아이리버’는 애플의 아이팟 신제품 출시설명회에서 스티브 잡스가 경쟁 제품으로 소개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 제품의 저가공세에 밀려난 상태다.

백운광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간사는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통해 원가를 낮추면 대기업이 바로 납품단가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기업 지원책의 과실을 대기업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만큼 하도급 관계만 바로잡아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성장률이 어느 정도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력 집중과 중소기업의 희생을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정책실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차는 국내에서 먹고 사는 기업이 아니다”면서 “경제력 집중을 이야기할 때 중소기업의 이익을 가져다가 성장했다는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락하는 성장동력 어떻게 반전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정책세미나에서 “경제성장이 고용과 소득분배 개선에 가장 크게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특히 실질GDP 1% 증가시 총취업자가 0.3%, 평균 약 6만명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지니계수도 0.3% 감소하는 것으로 연구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4% 이하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경제성장률 3% 이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기업 중심 성장정책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 전체 근로자 수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중소기업의 육성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창업 후 5년 생존률이 30.2%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경로도 막혔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지난 16일 ‘중소기업 성장촉진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를 통해 대한상의는 ‘중소기업 지원제도 효율화’, ‘중소기업 졸업부담 완화’,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벤처창업 활성화’ 등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중소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른 맞춤형 정책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대한상의의 입장이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을 졸업할 경우 각종 조세, R&D 등 지원제도가 한꺼번에 사라진다”며 “중견기업 진입 후에도 지원을 일정 기간 유지하고 새롭게 적용받는 규제는 일정기간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쟁이 심한 업종에서 소상공인의 업종전환을 유도하고 조직화와 협업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성이 높고 고용창출력이 좋은 벤처기업이 활발하게 창업될 수 있도록 현행 보증·융자 중심의 벤처지원제도를 투자 중심으로 개편하고, 엔젤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벤처창업의 활성화를 들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중소기업은 고용과 생산 등 국민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중소기업의 육성을 기치로 내건 만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겪는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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